호텔의 경쟁 무대가 객실 밖으로 넓어지고 있다. 숙박하지 않아도 호텔을 찾을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음료를 마시며 쉬어 가던 라운지에 코스요리가 등장하고 계절마다 식탁도 달라진다. 대구 메리어트 호텔이 서양식 만찬에 이어 궁중 한식까지 선보이며 이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대구 메리어트 호텔이 라운지 & 바에서 한식 갈라 디너와 가을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디저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9일 밝혔다.

변화의 출발점은 지난 5월이었다. 당시 호텔은 단품 음식과 음료 위주로 운영하던 라운지에 처음으로 7코스 갈라 디너를 도입했다. 랍스터와 캐비어, 한우 등에 와인을 곁들인 서양식 만찬이었다. 이번에는 전통 한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오는 31일 마련하는 ‘추향(秋饗)’은 궁중음식에서 영감을 얻은 8코스 만찬이다. 구절판과 전복찜, 숯불 한우 채끝등심, 도미 솥밥 등 익숙한 한식 재료를 코스요리로 재구성했다. 영천 포도로 만든 셔벗과 개성약과, 유자 양갱 등도 식탁에 오른다.

음식뿐 아니라 술의 구성도 달라졌다. 지난봄 프랑스와 미국, 이탈리아산 와인을 중심으로 했다면 이번에는 국내 전통 탁주와 담양 죽력고를 활용한 칵테일을 스페인산 스파클링 와인과 함께 내놓는다. 서양식 일색이던 코스 구성에서 벗어나 한식과 전통주를 새로운 선택지로 끌어들인 셈이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호텔업계가 식음료를 독자적인 경쟁력으로 키우려는 움직임과 맞닿아 있다. 객실 판매에 의존하는 데서 벗어나 제철 음식과 미식 체험을 앞세워 호텔 방문 자체를 소비 경험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실제 국내 특급호텔들도 한식과 전통주, 계절별 디저트를 활용한 프로그램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대구 메리어트 호텔 역시 한식 만찬과 별도로 가을 디저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다음 달 30일까지 밤과 무화과, 단호박 등을 활용한 디저트 12종과 간단한 식사류 3종을 제공한다. 호텔 캐릭터 ‘메리베어’를 활용한 장식과 드라이아이스 연출로 음식에 시각적인 요소까지 더했다.

호텔 측은 “계절별 식재료와 음식의 특성을 살린 프로그램을 통해 라운지에서 경험할 수 있는 메뉴의 폭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음료 중심 공간에 한식과 양식, 디저트를 접목해 다양한 이용 목적에 대응하려는 것이다.

한편 한식 갈라 디너는 31일 오후 6시 열리며 1인 14만9000원이다. 가을 애프터눈 티는 2인 기준 8만3000원으로 사전 예약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기자명 김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