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호텔업계가 프리미엄 객실과 고급 콘텐츠 확장에 주력하면서, 서울 등 주요 도시에 하이엔드 호텔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최근 특급호텔들은 객실 수를 줄이고 스위트룸, 웰니스, 파인다이닝 등 고급 공간을 확대해 객실당 수익성을 높이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롯데호텔서울은 지난해부터 객실 수를 줄이고 스위트룸 비중을 높이는 리뉴얼을 진행해왔다. 더 플라자도 대규모 리모델링을 통해 객실 고급화와 클럽라운지, 파인다이닝 등 프리미엄 콘텐츠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러한 변화는 객실 수 자체보다는 한정된 공간에서 발생하는 매출 증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서울 주요 도심 특급호텔들이 시설 노후화에 대응하고 차별화를 위해 프리미엄화를 선택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한 관광객 증가와 의료관광, 웰니스 수요 확대가 이러한 전략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호텔 브랜드의 국내 진출도 활발하다. 아코르와 에니스모어는 올해 서울 강남에 ‘메종 델라노’를 선보이고, 로즈우드는 2027년 용산공원 인근에 ‘로즈우드 서울’을 개관할 예정이다. 만다린 오리엔탈은 2030년 서울역 북부에 국내 1호점을 열 계획이며, 리츠칼튼도 복합개발 사업을 통해 2031년 한국 시장에 복귀한다.
국내 호텔사들도 위탁운영 방식을 통해 사업장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올해 광주와 경기 지역에 신규 호텔을 개관했고, 조선호텔앤리조트는 2030년까지 인천 청라와 대전 유성 등 주요 지역에 호텔 5개를 추가할 예정이다.
호텔신라는 신라스테이와 신라모노그램 강릉을 위탁운영하며, 지역별 수요에 맞는 브랜드 적용에 집중하고 있다.
서울 시내 특급호텔의 리모델링도 이어진다. 한화호텔앤리조트는 더 플라자의 개관 50주년을 맞아 대규모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롯데호텔앤리조트는 지난 14일 ‘더그랜드롯데 서울’로 리뉴얼해 재개관했다.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는 지난해 9월 리뉴얼을 마치고 스마트 버틀러 서비스를 도입해 외국인 관광객 숙박이 늘었으며, 올해 2분기 객실 점유율 91.5%를 기록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올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2,2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 관광객의 신용카드 관광지출액은 10조3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8%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위탁운영 확대와 프리미엄화 전략을 통해 호텔 경쟁력을 높여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서울 장교동 롯데시티호텔 명동 매각 계획을 사실상 철회했다. 내년 3월 펀드 만기를 앞두고 매각을 추진했으나, 수익자 측과 호텔롯데의 반대로 매각 대신 운용사 교체를 통한 자산 이관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운용은 최근 롯데시티호텔 명동 매각 절차를 중단하고 수익자 측과 운용사 교체를 통한 자산 이관 방안을 협의 중이다. 업계에서는 새 운용사가 후속 펀드를 조성해 자산을 넘겨받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구체적인 이관 방식은 추가 협의를 거쳐 하반기 중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롯데시티호텔 명동은 435실 규모의 4성급 비즈니스호텔이다. 미래에셋운용은 2016년 멀티에셋호텔1호 펀드를 통해 이 호텔을 약 1,600억원에 인수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에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호텔시장 침체로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내년 3월 펀드 만기를 앞두고 지난달 다시 매각 작업에 들어갔지만, 이번에는 수익자 측이 제3자 매각보다 자산 이관에 무게를 두면서 출구전략이 달라졌다.
여기에는 호텔롯데의 입장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 수익증권은 특수목적법인이 보유하고 있지만, 호텔롯데가 이들 법인에 자금 보충 등 신용보강을 제공하고 수익증권에 대한 우선매수협상권도 갖고 있다. 2036년까지 호텔을 장기 임차해 운영하는 만큼 자산 처분에 이해관계가 있는 핵심 당사자다. 호텔롯데는 제3자에게 호텔을 매각하기보다 운용사를 교체해 임차·운영 구조를 유지하는 방안을 선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결정에는 호텔 업황의 빠른 회복세가 영향을 미쳤다. 롯데시티호텔 명동의 올해 상반기 객실점유율은 90%를 넘었고, 2024년 2,260억원이던 감정평가액보다 높은 3,000억원 안팎의 가치가 시장에서 거론됐다. 서울 호텔시장의 전반적인 지표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3~5성급 호텔 객실당 매출은 2019년보다 67% 증가했다. 지난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역대 최대인 1,894만 명을 기록했고, 올해는 22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023년 이후 서울의 신규 호텔 객실 공급은 연간 1,000실 안팎에 그쳐 2010년대 공급 수준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코로나19 시기 중소형 호텔이 대거 폐업하거나 다른 용도로 전환된 데다, 프로젝트파이낸싱 조달 여건 악화와 공사비 상승으로 신규 개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상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