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명재상도 감동시킨 케이크
자허토르테는 부드러운 스펀지케이크 겉에 진한 다크 초콜릿 무스를 덧입히고 빵 사이사이에 새콤한 살구잼을 발라 만든다. 1세기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오스트리아 빈의 5성 호텔 '호텔 자허' 숙련된 제빵사들이 만드는 특별 디저트이자 빈의 명물이기도 하다. 호텔 자허의 자허토르테 한 조각과 커피 한 잔은 최고의 서비스로 전해진다.
자허토르테는 제빵사 프란츠 자허가 1832년 발명했다. 자허는 유럽의 명재상으로 알려진 외교가 메테르니히에게 대접할 디저트로 고안됐다고 하며, 당시 자허토르테를 맛본 메테르니히도 그 맛을 칭찬했다고 한다.
오스트리아 제국의 재상을 만족시킨 자허는 순식간에 빈 최고의 제빵사 반열에 올랐다. 그는 빈에 건물을 얻어 케이크과 커피를 파는 '카페 자허'를 냈다. 카페 자허는 자허토르테의 명성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했고, 자허는 아들 에두아르트에게 카페를 물려줬다.
경제 불황 시기 레시피 매각하며 족보 꼬여
에두아르트는 자허토르테를 팔아 번 돈으로 건물을 증축해 '호텔 자허'를 창립했고, 이후 자허 가문이 대대로 호텔의 운영을 맡았다. 호텔 자허는 지금도 빈 번화가에서 성업 중인 5성급 호텔인데, 처음부터 승승장구하지는 않았다. 1930년대 미국발 대공황으로 오스트리아도 경제 불황에 시달리면서 폐업 위기를 맞이한 탓이다.
당시 호텔 자허는 거대 제과업체 데멜에 자허토르테의 제작법과 판매권을 팔아 마련한 돈으로 겨우 기사회생했다. 이후 경제가 회복되자 호텔 자허 측은 재차 데멜로부터 자허토르테 판매권을 사들이려 했지만, 이번에는 데멜이 이를 거부했다. 두 업체는 자허토르테 상표를 두고 시비가 붙었고, 곧 법정 공방으로까지 발전한다.
호텔 자허와 데멜의 공방은 1954년부터 1963년까지 이어졌다. 자허토르테는 19세기에 만들어진 디저트였기에 양측은 제빵사, 역사학자, 요리 연구가, 고서를 연구하는 문헌학자까지 동원해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자허토르테를 둘러싼 분쟁은 당시 언론에서 '빈의 케이크 전쟁'으로 대서특필되며 시민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호텔 자허와 데멜은 1963년 가까스로 합의를 맺었다. 결과는 양측 모두 자허토르테를 팔되, 원본 레시피를 보유한 호텔 자허는 '오리지날 자허토르테'라는 상표를, 데멜은 '데멜의 자허토르테'라는 상표로 판매하기로 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