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뉴욕, 도쿄, 상하이 등 주요 대도시에 비해 하이엔드 불모지로 여겨졌던 서울에 세계적인 울트라 럭셔리 브랜드들이 잇따라 상륙을 예고했다. 이에 맞서 토종 호텔 기업들 역시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자존심을 건 맞불을 놓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초럭셔리 대전의 포문을 열 첫 주자는 프랑스 아코르그룹 산하의 최상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메종 델라노 서울'이다. 

올 하반기 강남구 삼성동 및 선정릉역 인근에 들어서며, 아시아 최초 진출이자 전 세계 단 2곳에서만 운영되는 희소성을 앞세워 파리지앵 감성의 독창적이고 프라이빗한 고품격 서비스를 선보인다.

2027년에는 홍콩 기반의 글로벌 최상위 럭셔리 호스피탈리티 그룹 로즈우드가 용산 유엔사 부지 복합개발인 '더파크사이드 서울'에 입성한다. 

해외 브랜드의 공세에 맞선 국내 기업의 반격도 거세다. 먼저 호텔롯데가 소공동 롯데호텔 서울을 하이엔드 브랜드인 '더그랜드롯데'로 선제 재단장해 시장 선점에 나섰다.

파라다이스그룹은 약 5750억원을 투입해 2028년 개관을 목표로 서울 장충동 사옥 부지에 자체 최고급 호텔을 신축한다. 전 객실을 스위트룸으로 구성하고 자가용 비행기 등을 이용하는 해외 VVIP와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서울시청 앞 더 플라자의 개관 50주년을 맞아 3년간 전면 휴업 후 2029년 '하이엔드 호텔'로 재탄생시킨다. 

기존 디럭스 객실을 대폭 줄이는 대신 비즈니스 기능을 강화한 최상위 스위트룸 위주로 개편하고, 미쉐린 스타 파인다이닝을 유치해 각국 고위 관계자와 글로벌 기업인의 거점으로 조성한다.

2030년 말에는 신세계프라퍼티가 1박에 수백만원을 넘나드는 하이엔드 리조트의 대명사 '아만'과 손잡고 강남구 청담동에 '아만 서울'을 준공한다. 

지하 8층, 지상 38층 규모로 조성되는 이곳은 최고급 객실과 함께 49세대의 초고급 레지던스, 회원 전용 프라이빗 커뮤니티인 '아만 클럽'이 결합된 상류층 라이프스타일 거점으로 꾸려진다.

글로벌 체인과 국내 대기업이 서울 시장에 일제히 뛰어드는 배경에는 K-컬처 열풍으로 급증한 고소득 외국인 관광객이 있다. 과거 도쿄나 상하이를 우선시하던 글로벌 그룹들이 서울을 브랜드의 미래를 시험할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로 재평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단순 5성급을 넘어 초고가 프라이빗 경험을 원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호캉스 고급화 트렌드도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서울은 글로벌 럭셔리 체인들 사이에서 우선순위가 밀리는 시장이었지만, K-콘텐츠의 위상 제고와 고소득 관광객 증가로 분위기가 반전됐다"며 "초럭셔리 호텔들의 경쟁은 서울이라는 도시 전체의 브랜드 가치와 하이엔드 라이프스타일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